시설인이야기

은행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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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임다솜 쪽지보내기 마이홈 보기     댓글 0건 조회 352회 등록일 13-10-1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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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에 특별히 가로수에 떨어진 은행을 주워보았다.

예전에는 그냥 지나치기 일쑤였고, 봐도 그냥 건성 노란물감이 든 은행나무를 보고 지나쳐 버렸다.

어느날 시정신문알바를 하고 내려오다 가로수길을 보니, 애들 손가락만한 은행들이

아무렇게나 바닥에 뒹글고 있었다.

주워보자.

그래서 쉬는날 큰 맘먹고 비닐봉지 몇 개랑 소쿠리를 챙겨 가로수길에 쪼그려 앉아 냄새나는 은행들을

줍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왜 그렇게 부끄럽고 창피하던지. 얼굴에다가 수건을 둘둘말아 누가 알아보지 못하게 한 채

주었는데, 나중에는 아예 그냥 얼굴 내놓고 아무렇지도 않게 하게 되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힐끗.. 지나가는 운전사들이 힐끗....

어느 목공소 앞 은행나무 은행을 주을때는 그 곳 목공소 사장한테 넌지시 주워도 되냐고 너스레도

떨고하면서 줍다보니 100리터 규격봉투에 절반정도가 가득 찾다.

이야.. 생각외로 많이 주었구나..

잠시 점심은 근처 칼국수집에서 해결하고, 가까운 산등선계곡에다가 차를 대놓고 낮잠 한 숨 땡기고

시골마을 시내천에 깔판을 깔고 본격적으로 은행껍질을 벗기기 시작했다.

비닐봉지에 든 은행더미를 발로 꽉꽉 뭉개 겉에 과육을 뭉개고 그 더미를 소쿠리에 조금씩 놔눠담아

실개천에서 행궈 과육은 버리고 알맹이 은행은 건져내는 작업을 반복했다.

냄새가 코를 찌르고, 목장갑에 비닐장갑을 몇 개씩이나 갈아가면서 은행독이 오르지않게 주의를

하면서 반나절 작업하고 나니 해가 뉘역뉘역 지고 있었다.

다하고나니 한 광주리 가득이었다.

이야.. 생각외로 많다. 일단 차에다 실은 다음 집에 와서 은행이랑 꼭지분리작업을 반복하고

몇 번이나 행군다음에 신문지에 은행들을 말리기까지 전작업을 하는데 무려 3시간 이상을 소비하고

나서야 알곡같은 은행들을 수확할 수 있었다.

태어나서 아마 처음으로 해 본 은행수확같다. 전에는 생각해보지도 시도하지도 않던 일을 해보니

이상한 성취감과 뿌듯함이 생긴다고 할까..

시설일 정말 스트레스의 연속이고 지루한 시간죽이기의 연속이다.

집에오면 이상하게 피곤하고 몸보다 마음이 그로기가 되어 점점 피폐해지는 시설일

잠시 몸을 놀려서, 이 가을 남들이 하기 꺼려하는 일을 해보고나서 저녁을 맞는다면 뭔가 다른

삶의 활력을 찾을 수 있을 듯하다.

... 은행줍기.. 한 번 도전해보시라.... 역시 농작물 하나 하나 마트에서 쉽게 얻어지는 것도

직접 해 보면 보통 정성과 손길이 필요한게 아니라는 단순한 진리를 터득하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하루하루가 점점 소중해 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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