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인이야기

시설인의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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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임다솜 쪽지보내기 마이홈 보기     댓글 0건 조회 477회 등록일 13-10-2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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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인중에서 간혹 산행을 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은 쉬는 날이나 휴가철에 꼭 산행을 가는데, 때론 혼자서, 때론 여럿이서 산행을 떠난다.

내가 만난 시설인중에서 유독 단기산행을 즐기는 분이 있었는데,

이 분은 쉬는 날이면 근처 야산이나 단거리코스의 산행을 즐기고,

오후에는 근처의 식당에서 식사를 챙기고 오후가 되면 낮잠을 즐기거나, 소소한 밭일로 시간을 보냈다.

비가오나 눈이오나 거침이 없이 산행을 했는데,

우리는 이 분을... 산마니... 란 별칭으로 불렀다.

산을 사랑해서 산과 결혼한 사람이란 묘한 호칭이었는데, 산마니라고 부르면 항상 껄껄 웃어

넘기는 소탈한 성격이랄까...

힘들고 어렵고 속상한 일이 있어도 다음날 산행으로 풀고,

즐겁고 기쁜 일이 있어도 역시 산행으로 그날의 일과의 오전을 헌신하는 이 사람과의 근무는

왠지 기쁘고 즐겁다고 해야 할까..

뭐 그 영향인지 모르겠지만, 나도 시간만 되면 오전에는 가까운 야산이나 근처 동산을 등산하는

취미가 생겨 버렸다.

벗이 없으면 혼자서, 전 날의 스트레스와 우울함을 등산으로 푼다고 할까..

처음에는 그랬다. 정말 처음에는 조그만 올라가도 숨이 차고 힘들고 땀이나는 이 힘든 일을

왜 하는지 몰랐다. 그러다, 며 칠이 한 달이 되고 한 달이 몇 달이 되면서 나도 모르게

산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뭐랄까.. 산에 가면 모든 근심 걱정 염려가 사라진다고 할까...

혼자 미친놈처럼 중얼거리면서 산과 대화를 나누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간혹 정신병자 보듯 할때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 내가 말을 건네기 전에 산이 먼저 내가 속삭이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아.... 이것이 그 산마니가 말했던 산이 속삭이는 소리구나...

어렴풋이... 산도 사람처럼 기쁘고 슬프고 우울하고 웃고 때로는 심통스럽고 때론 다정하게

생각하고 느끼고 바라 볼 줄 아는 살아 있는 벗같다라고 할까.

오전에 등산을 시작한 후 부터 벙커생활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뭐랄까.. 짜증나고 투덜대고 싫기만 했던 일들이 즐겁고 여유롭고 재미난 일로 변했다고 할까..

내일은 또 어떤 모습으로 산이 나를 반겨줄까.. 그런 생각으로 설레인다고 할까..

산마니는.. 카톡으로 .. 전에 함께 했던 동료들, 선배들, 후배들 , 친구들, 가족들에게

매일 짧은 안부와 대화를 주고받는다. 산에서 있었던 일이며 산이 자신에게 선사해주었던

밤이나 도토리, 은행, 약초들을 동료들과 나눈다.

나도 시작했다. 매일 고생하는 동료들, 친구들 , 시설형제들에게 짧막하나마 인사말과 안부를

전한다. 이제 그러한 생활이 나의 일부가 되어 갔다.

그러자, 묘한 일이 생겨났다.

전에는 견디기 힘들었던, 전에는 너무도 울분에 찾던, 그 모든 억울함 답답함 슬픔 울분 분노들이

어느순간 동정으로 연민으로 변했다고나 할까..

그리고, 내가 느끼는 이런 감정이 사실은 나처럼 일하는 모든 시설인들이 똑같이 느끼고 있는

현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묘한 여유.... 묘한 즐거움... 묘한 흥분... 묘한 삶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

때론 폭풍우처럼 격렬하지만 운무가 낀 새벽안개처럼 신비롭고 고요한 인내심을 겸비했던 산마니의

녁넉한 인생살이를 조금은 알게 되었다.

그래, 산은 누구에게나 차별이 없다. 돈이 많건 적건 남자건 여자건 지위가 높건 낮건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그 곳에 늘 항상 있었다.

내일은 억세가 유명하다는 오서산이나 가야겠다. 오다가다 중간에 친구놈 집에 들려 그동안 못다한

회포나 풀다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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