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인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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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engel1111 쪽지보내기 마이홈 보기     댓글 0건 조회 595회 등록일 -1-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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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는 드라마에서 연기자만 하는 것이 아니다

지하벙커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시설인도 연기를 해야 한다

지렁이 오줌만한 봉급이라도 받고 연명 하려면 기가 막힌

연기를 펼쳐야 한다

성질 드러운 놈은 엔첼처럼 천사 연기를 해야 버틸 수 있고

진짜 천사같은 성격이면 약간 드러워져야 버틸 수 있는 곳이 벙커이다

엔젤은 B형에 다혈질인 성격이라 시설 초기에는 너무 힘들었다

미련하게도 본연의 드러운 성질을 다 까발리며 벙커 생활을 해서

모가지가 날아간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입주민들이나 소장 과장 혹은 동료들이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을 하면

부모를 죽인 철천지 원수처럼 응징해 버렸다

그 순간만은 통쾌했지만 남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 덕에 중랑 경찰서를 안방 드나들 듯 드나 들어 엔젤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얼마나 자주 드나 들었으면 나를 취조한 형사 마누라가 초등학교 여자 동창이어서

개쪽을 당한 적도 있었다

초등학교때 나를 떠돌이 까치같다며 멋있다고 좋아 한다고 고백까지 했던 여자

동창생이었는데 커서 이런 추잡한 벙커 인생을 들켜 버려 얼마나 쪽팔리던지..

그후로 엔젤도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벙커를 구할 때면 삶의 때가 하나도 안묻은 것마냥 순한 양처럼 연기를

기가 막히게 해내서 30대 초반에는 면접만 보면 무조건 합격이었다

하지만 본 모습을 언제까지 숨길 수는 없는 법이기에 가끔 성격을 들어 내면

소장이나 과장이 마치 다른 사람을 보는 듯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의 표정을 보면 읽을 수 있었다

이새끼 정상이 아니라 똘아이였구나

그렇다 너무 차카게 지내도 안되는게 벙커이다

까끔은 나도 똘아이 기질이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이 연기 덕분에 그나마 벙커 생활 15년을 큰 무리없이 버텨 낸 것 같다

이제는 더 독하게 연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진찌 천사처럼 연기하고 쳔사처럼 벙커 생활을 해야

새로운 벙커를 구할 수 있을 것 같다

점점 사는게 장난이 아닌 것 같다

나이 사십 넘어서 어케 삶의 때가 하나도 안 묻은 연기를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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