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인이야기

시설일 하면서 겪은 에피소드-8 (주식)

페이지 정보

작성자 no_profile twink998 쪽지보내기 마이홈 보기     댓글 0건 조회 1,236회 등록일 -1-11-30 00:00

본문

시설일을 하다보면 한자리에 터주대감처럼 버티면서 사는 양반이 있는 반면에

어디서부터 코드가 잘못되었는지 계속 떠돌아 다니는 케이스도 있다.

그러다 지겨워지면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소일거리로 시간을 보내고 다시 재충전 한 후

또다시 벙커속으로 기어들어가고.. ㅎㅎㅎㅎ

이번에는 그런 기구한 시설인생살이중에 잠시 거쳐갔던 묘한 관리소를 이야기해주겠다.

그 곳은 10년차 하자소송으로 골머리를 썩고 있는 계단식아파트였다.

소장은 백발에 단단한 체격의 40대후반 남자였는데, 이 양반의 카리스마가 얼마나 강렬하던지

왠간한 사람은 꿈벅 죽는 스타일이었다.

용접좀 하냐고 묻길래.. 그냥 파이프 지지는 정도는 된다고 대답하자 그 자리서 채용을 해주었다.

그러고나서 전 직원에게 일꾼이 들어왔다고 소개를 시키는 것이었다.

그 곳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적게는 이 소장과 6년 많게는 10년 넘게 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경리아줌마는 초창기 이 소장과 함께 근무한 후 여지껏 단짝친구처럼 함께 근무를 해서 그런지

사실상 2인자의 포스를 자랑하는 아줌마였다.

처음 온 사람을 환영한다면서 점심때 데려간 곳은 무려 고급한우식당.. 점심식사로 우리는 20만원치

한우갈비를 먹었다. 물론 소주는 기본으로.. 내 눈이 뜅구래졌다.. 근무시간에 이렇게 소주를 먹어도

되는지..

얼굴이 벌개져서 골골대자.. 술이 약한가보네.. 하지만 여기서 살다보면 술이 늘꺼야.. 껄껄..

소장이 호기롭게 말했다.

어쨋든 그 곳의 일과는 관리소와는 전혀 별개로 움직였다.

오자마자 제일 먼저 하는것은 다들 컴퓨터에 앉아 주식을 하는 것이었다.

소장부터 과장으로해서 경리 그리고 모든 직원들이 다 주식만 했다.. 헉.. 뭐 이런 곳이 다 있담

간혹 들어오는 민원도 오후시간으로 미뤄 버렸다.

점심은 한우등심...... 조개탕..... 꼴뚜기백반.. 하옇든 비싼거만 찾아 소문난 음식점이란 음식점은

다 찾아 다녔다. 뭐 나야 좋지만 이거 여간 곤욕이 아니다. 이래도 되는건지..

그래서 물었다. 주식을 다들 하는데 어느정도 벌었냐고.. 그러자 설비과장은 그런다.

음 이거 시작한지 한 오년되었는데 한 일억정도 벌었다면서.. 통장잔고를 보여준다.. 헉.. 8천만원이

찍혀있다.. 버젓하게 올 초에 스타렉스9인승을 새로 사고 남은 돈이라고 한다.

흐미..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입사한지 얼마안되 젊은 과장이 단지를 떠나고 전에 근무하던 과장이 다시

들어왔다. 이 분은 과장으로 있다가 주관사자격증을 따고 타 단지 소장으로 근무했다고 한다.

근데 한 2년하고 질려버려서 다시 현 단지 과장으로 되돌아왔단다.

내선전기기술사를 따기위해서 왔다나.. 하옇든 매일 한 장씩 내선전기기술사교제를 공부한다.

그리고 시간날때마다 주식을 하면서 차트분석을 담당한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언제부터 주식을 했냐고 ..

나이 40초에 처음 주식에 발을 들여놓고 몇 번 쪽박을 차고 경지를 터득해 아파트를 새로 장만하고

신형차까지 장만했다고 말씀하신다. 오.. 신의 한수구나..

그래서 같이 있던 모든 직원들이 너나 할 것없이 주식을 하기 시작했고

이 분의 신기에 가까운 주식배팅을 그대로 모방해 엄청난 수익금을 벌어들였다고 한다.

그러니 당연히 관리소일이 우스워질 수 밖에 없었고, 결과적으로 관리소서 벌어들이는 월급은

용돈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이 곳에서 비법을 터득한 친한 옆단지 소장과 과장들이 너나 할 것없이 주식에 빠져들면서

다들 나름대로 수익을 올렸나보다.

점심이면 허구헌날 타단지 소장들이 놀러오고 업체사장이란 사람도 형동생하며 허물없이 관리소를

드나 들었으니까..

더불어 괴상망측한 부녀회장조차 소장한테는 다소곤한 양처럼 변했다.

그도 그럴것이 소장이 부녀회장에게 소스를 주고 서로 쿵짝이 잘 맞아 내가보기에 경박하고 천박하고

욕을 달고 다니는 부녀회장이 완전히 소장편이었다.

우쨋든 그 곳은 매일 점심마다 고급음식점을 찾아 다녔고 간혹 사무실 식당에서 해먹을라치면

고기가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더불어 술은 왜캐 마셔대는지..

근무시간의 구분이 없었다. 마시고 싶으면 마시고 오후에는 사다리를 타서 서로 뿜빠이해서 주전부리를

시켜먹었고 저녁때는 또다시 술에 야식이다.

그래서 그런가 이 소장과 함께 일한 사람들이 소장이 움직이면 다 따라다니는거 보면 대단한 양반은 양반인가

보다.

나도 주식이란 걸 해보았다.

처음에는 어느정도 벌리긴 했다. 그러자 요상해졌다. 돈의 값어치가 갑자기 우스워져 보였다.

운이 좋아 몇 번 상한가를 맞자 순식간에 몇 십만의 꽁돈이 생겨 버렸다. 옴마니반메홈..

참 벌기 쉽구나. 이러니 다들 주식을 하는구나...

욕심이 생겼다. 점점 돈을 더 넣게 된다. 그리고 벌면 그거로 또 쓰고 마시고 돈 씀씀이가 해퍼진다.

그러다 종목을 잘못 선택해 하한가를 맞아버렸다..

무려 원금을 다시 회복하는데 3개월이 걸렸다.. 아.. 따기는 어려워도 잃기는 쉬운게 주식이구나.

그 때 비로소 알게 되었다.

요상한 마력이었다.

우쨋든 그 곳은 아직도 다들 출근하면 컴퓨터를 키고 주식시황만 주시한다.

그 곳에서 제일 성공한 사람은 아마 시설과장 그 사람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