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노동 반쪽임금 ‘벼락해고’ 늘상 초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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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현대자동차 소재사업부에서 일하는 서영한(34·가명)씨는 ‘2등 노동자’다.
그는 여느 노동자와 똑같은 현대자동차 작업복을 입고 하루 8시간 꼬박 일한다. 매일 2시간의 잔업과 한주 걸러 돌아오는 15시간의 토요 철야근무도 빠진 적이 없다. 하지만 그가 받은 지난달 월급 실수령액은 96만원. 같은 라인에서 일하는 1년차 정규직 사원이 받는 140만원보다도 턱없이 적다.
서씨는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일은 현대차에서 하고 현장 조장과 소장의 지휘감독을 받지만, 월급은 현대차와 인력공급계약을 맺은 하청업체에서 지급받는 ‘파견직원’ 신분인 것이다. 서씨는 “회사의 시계는 2003년을 넘어섰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의 근무여건은 1970년대 노동자의 모습 그대로”라고 말한다. 이곳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는 일한 만큼 월급을 받고 눈치보지 않고 연월차휴가를 쓸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무엇보다 고용불안을 두려워한다. 지난 6월에는 갤로퍼 단종으로 생산라인이 조정돼 535명의 노동자들이 일시에 해고통보를 받기도 했다. 요즘 사회적 논란이 되는 주5일근무제 시행도 달갑지 않다. 근무날짜가 하루 줄어들면 쥐꼬리 같은 임금이 그만큼 더 깎이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현대차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3만3천여명. 이 가운데 7천여명 가량이 비정규직이다. 이들의 임금수준은 1시간에 2600원~2700원으로 정규직 1년차 시간급 3387원에도 못 미친다.
지난 해 현대차는 1조4천억원 이상 순이익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도 3366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올 3월 말 현재 현금보유액은 1조5950억원에 이른다. 현대차가 이렇게 좋은 경영실적을 내는 데는 비정규직의 저임금이 큰 몫을 했다. 하지만 그 결실을 나눌 때는 비정규직은 철저히 외면당한다. 150~200%의 두툼한 성과급을 지급받는 정규직을 볼 때마다 이들의 고개는 맥없이 숙여지고 만다.
우리나라 비정규 노동자는 지난해 8월 현재 771만명으로 전체 임금노동자의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통계청, 56.6%). 구제금융 사태를 겪으면서 비정규직 노동자 급증세가 본격화했다. 1996년 43.4%였던 것이 97년 45.9%, 99년 51.7%, 2000년 52.4%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빈약한 사회안전망은 비정규직의 ‘2등 노동자’ 추락을 막아주는 구실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2002년도 비정규근로자 근로실태조사 분석’ 자료를 보면,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93만3천원으로 정규직 월평균 임금 186만원의 절반에 불과했다.
임금에서의 불평등은 퇴직·상여금과 4대 보험의 차별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비정규직의 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 등 적용비율은 20%대에 그친다, 취약계층에 대한 최소한의 사회보험이라는 근본취지가 무색한 상황이다. 특히 골프장 경기보조요원(캐디)이나 레미콘 기사 등 이른바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은 노동기본권 등 노동자로서의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고 있다.
중앙대 김연명 교수(사회복지학)는 “비정규직 문제는 교육과 소득 등에서 새로운 빈곤층을 양산할 수 있다”며 “이를 방치할 경우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들어 우리 사회의 성장잠재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을 찾기란 쉽지 않다. 사용자 쪽은 정규직의 해고가 지나치게 엄격히 제한돼 있기 때문에 그 대안으로 비정규직을 확대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지금보다 더 비정규 노동자 고용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거꾸로 요구하고 있다.
노동계 쪽은 비정규직 남용을 막는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민주노총 주진우 비정규사업실장은 “당장은 비정규직의 무분별한 확산을 막는 게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동일노동 동일임금과 같이 비정규직 차별을 막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확충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사정위원회 이호근 연구위원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회사 쪽과 협상할 때 자신들의 주장을 조금 양보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익 보호에 어느 정도라도 배려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상당수 전문가들은 지금 같은 비정규직의 방치가 결국에는 전반적인 노동의 질 저하로 이어지고, 나아가 경제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주장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배규식 연구위원은 “공공부문부터 먼저 비정규직 대책을 만들어 시행한 뒤 민간 쪽에 권유하도록 해야 한다”며 “특히 정부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한 취업 알선과 사회안전망 확충 등에 더욱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그는 여느 노동자와 똑같은 현대자동차 작업복을 입고 하루 8시간 꼬박 일한다. 매일 2시간의 잔업과 한주 걸러 돌아오는 15시간의 토요 철야근무도 빠진 적이 없다. 하지만 그가 받은 지난달 월급 실수령액은 96만원. 같은 라인에서 일하는 1년차 정규직 사원이 받는 140만원보다도 턱없이 적다.
서씨는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일은 현대차에서 하고 현장 조장과 소장의 지휘감독을 받지만, 월급은 현대차와 인력공급계약을 맺은 하청업체에서 지급받는 ‘파견직원’ 신분인 것이다. 서씨는 “회사의 시계는 2003년을 넘어섰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의 근무여건은 1970년대 노동자의 모습 그대로”라고 말한다. 이곳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는 일한 만큼 월급을 받고 눈치보지 않고 연월차휴가를 쓸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무엇보다 고용불안을 두려워한다. 지난 6월에는 갤로퍼 단종으로 생산라인이 조정돼 535명의 노동자들이 일시에 해고통보를 받기도 했다. 요즘 사회적 논란이 되는 주5일근무제 시행도 달갑지 않다. 근무날짜가 하루 줄어들면 쥐꼬리 같은 임금이 그만큼 더 깎이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현대차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3만3천여명. 이 가운데 7천여명 가량이 비정규직이다. 이들의 임금수준은 1시간에 2600원~2700원으로 정규직 1년차 시간급 3387원에도 못 미친다.
지난 해 현대차는 1조4천억원 이상 순이익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도 3366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올 3월 말 현재 현금보유액은 1조5950억원에 이른다. 현대차가 이렇게 좋은 경영실적을 내는 데는 비정규직의 저임금이 큰 몫을 했다. 하지만 그 결실을 나눌 때는 비정규직은 철저히 외면당한다. 150~200%의 두툼한 성과급을 지급받는 정규직을 볼 때마다 이들의 고개는 맥없이 숙여지고 만다.
우리나라 비정규 노동자는 지난해 8월 현재 771만명으로 전체 임금노동자의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통계청, 56.6%). 구제금융 사태를 겪으면서 비정규직 노동자 급증세가 본격화했다. 1996년 43.4%였던 것이 97년 45.9%, 99년 51.7%, 2000년 52.4%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빈약한 사회안전망은 비정규직의 ‘2등 노동자’ 추락을 막아주는 구실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2002년도 비정규근로자 근로실태조사 분석’ 자료를 보면,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93만3천원으로 정규직 월평균 임금 186만원의 절반에 불과했다.
임금에서의 불평등은 퇴직·상여금과 4대 보험의 차별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비정규직의 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 등 적용비율은 20%대에 그친다, 취약계층에 대한 최소한의 사회보험이라는 근본취지가 무색한 상황이다. 특히 골프장 경기보조요원(캐디)이나 레미콘 기사 등 이른바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은 노동기본권 등 노동자로서의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고 있다.
중앙대 김연명 교수(사회복지학)는 “비정규직 문제는 교육과 소득 등에서 새로운 빈곤층을 양산할 수 있다”며 “이를 방치할 경우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들어 우리 사회의 성장잠재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을 찾기란 쉽지 않다. 사용자 쪽은 정규직의 해고가 지나치게 엄격히 제한돼 있기 때문에 그 대안으로 비정규직을 확대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지금보다 더 비정규 노동자 고용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거꾸로 요구하고 있다.
노동계 쪽은 비정규직 남용을 막는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민주노총 주진우 비정규사업실장은 “당장은 비정규직의 무분별한 확산을 막는 게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동일노동 동일임금과 같이 비정규직 차별을 막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확충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사정위원회 이호근 연구위원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회사 쪽과 협상할 때 자신들의 주장을 조금 양보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익 보호에 어느 정도라도 배려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상당수 전문가들은 지금 같은 비정규직의 방치가 결국에는 전반적인 노동의 질 저하로 이어지고, 나아가 경제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주장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배규식 연구위원은 “공공부문부터 먼저 비정규직 대책을 만들어 시행한 뒤 민간 쪽에 권유하도록 해야 한다”며 “특히 정부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한 취업 알선과 사회안전망 확충 등에 더욱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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